불필요하게 큰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작은 것이 왠지 마음이 끌리는 저는 자전거도 그런 것을 선택하게 되었고, 지금도 생활 속에서 출퇴근 때나 운동할 때, 여행갈 때도 같이 달리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통 많이들 타는 '철티비'라고 불리는 26인치 바퀴의 유사 MTB를 타고 다녔으나 인터넷 카페에서 미니벨로(접이식 작은 자전거)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미니벨로 자전거들의 작고 다양한 디자인에 저도 모르게 지름신의 늪에 빠져 버리게 되었죠.
타던 철티비 자전거를 아는 사람한테 주고 마음에 드는 미니벨로를 장만하자니, 차체만 25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이 부담되어 고민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 자전거 카페가 그런 고민을 해결해 주었습니다. 인터넷 자전거 카페들에는 중고장터나 사고팔고 게시판이 꼭 있습니다. 이 곳에는 매일 많은 수의 미니벨로들이 거래되고 있더군요.
저도 맘 속으로 찜한 자전거가 나타나길 기다린 지 보름만에 드디어 마음에 드는 미니벨로가 중고장터에 나타났고, 판매자 분을 직접 만나서 이것저것 상태를 확인한 후 15만원 주고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자전거에 핸들그립·전조등·짐받이·자물쇠·물통 게이지 등이 장착되었고, 중고지만 타신 분이 관리를 잘해 상태가 괜찮았습니다. 마음에는 들지만 고가의 자전거값이 부담된다면 이런 방법으로 중고 자전거를 구입하는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후 올해까지 몇 년을 저와 함께 달린 애마는 검은색 다혼 YEAH 16" 미니벨로입니다. 제가 이 애마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디자인적인 제 취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일석삼조 아니 일석다조의 많은 효용성 때문입니다.
애마를 타고 맨 먼저 한 것은 한강자전거 도로 따라 달리며 출퇴근 한 것
▲자전거길을 슝슝 달리면 기분이 참 상쾌합니다 - 한강 자전거길
ⓒ 김종성
애마를 타고 맨 먼저 한 것은 한강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며 출퇴근을 한 것인데, 한강의 사계절을 느끼며 매일 달리니 건강에도 좋고 생활의 활력도 생겨 좋았습니다(눈·비가 많이 내리거나 황사가 심할 땐 안 탔습니다).
주말엔 한강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리곤 했습니다. 총 길이 100㎞가 넘는다는 한강자전거 길에는 안양천·양재천·청계천 등 여행이라고 해도 좋을 코스가 많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지형상 경사로를 오를 때도 많이 있는데, 이 애마는 1단에서 6단까지 기어(시마노산(産))를 갖추고 있어서 웬만한 언덕은 잘 올라갑니다. 평지에서는 일반 자전거를 추월할 때도 있을 정도로 작은 바퀴지만 꽤 빨리 달립니다.
사실 언덕이건 평지건 애마의 기동력은 자전거인들 사이에서는 '엔진'이라 불리는 애마 주인의 다리와 심장에 달렸지요.
굳이 단점이라면 바퀴가 작은 자전거라 큰 바퀴의 자전거들이 제 앞으로 휙휙 추월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주변 풍경들과 사람들을 여유롭게 감상하면서 달리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자전거가 자가용보다 좋은 것은 목표 지향보다 과정 지향에 가까운 운송수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생활 자전거화한 제 애마는 동네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나 도서관에 책을 대출하러 갈 때, 마트에 장보러 갈 때도 같이 갔습니다. 차를 타고 다닐 때는 못 보았던 동네의 숨은 명소들도 많이 알게 되었고, 특히 마트에 애마를 타고 갈 때는 승용차를 타고 갈 때처럼 마트용 카트에 한 가득 많은 물건들을 사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사게 되는 좋은 습관이 생기더군요.
전엔 자가용으로 타고 다니던 곳을 애마로 타고 다니게 되니 생활 속에서 건강과 활력을 얻게 되었으며, 인간이 만든 가장 훌륭한 친환경 운송수단에 걸맞게 지구환경도 깨끗이 한다는 뿌듯함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유사시(?)에는 전철도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 김종성
▲자전거는 모르고 살았던 동네에 있는 좋은 곳을 알게 해주지요 - 한강 서래섬
ⓒ 김종성
애마의 좋은 점? 바로 '여행'에 있다
무엇보다 제 애마의 좋은 점은 여행시 잘 드러납니다. 접이식에 차제가 작고 가벼운 무게(11㎏)다 보니 먼 곳에 있는 여행지를 갈 때는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고 가지 않고 전철이나 기차 또는 고속버스·배나 비행기에 애마를 싣고 여행지 부근으로 가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 자전거 여행 방식으로 멀리는 제주도·동해도 갔고, 철원도 갔고, 인천의 섬까지 즐겁게 갈 수가 있었습니다.
인터넷 자전거 카페에서 볼 수 있는 자전거 여행기들에 비하면 조금은 내세우기 부끄러운 여행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좋은 여행지에서 자전거를 타고 돌아본다는 것은 참 매력있는 여행 방법인 것 같네요. 물론 여행지까지 자전거를 타고 제대로 가는 여정도 괜찮지만, 제 시간과 체력 등을 감안할 때 잘 맞는 자전거 여행법입니다. 때론 애마를 자가용 트렁크에 넣고 여행을 떠나도 좋고요. 자전거를 타면서 남보다 빨리 안 간다고 애마의 속도를 탓하지 않는 느긋함과 자전거 타는 목적보다 여정을 즐기는 분이라면 참 좋은 애마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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